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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적 인간의 심리진화

11. 스마트한 음악 선택으로 우울한 마음을 부스팅하기

by detailer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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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예로부터 마음을 위로하거나, 여러 사람과 흥분을 나누는 매개체였습니다. 음악은  가라앉은 마음을 부스팅하는 심리적 자극제가 될 수 있는데, 이것은 신체의 전기적 특성을 활용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스마트하게 선택해야 그 효과가 배가 되겠죠. 그리고 왜 그런지도 알게 된다면 훨씬 더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소리 진동의 자극 원리

진동 에너지 중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바로 소리입니다. 소리의 파동 즉 음파는 공기에 밀도변화를 일으킵니다. 이 힘이 전파되는 파장은 몇 cm~ 수십 m 길이에 이릅니다. 이 파동이 통과되는 공기는 압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어떤 물질의 표면에 도달하면 진행방향이 변하거나(반사, reflection) 열 에너지로 변화되면서 그 부딪힌 매질에 흡수되기도 합니다(흡음 Absorption). 소리 에너지는 공기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기체분자의 저항을 받아 에너지가 소실되면서 진폭이 좁아져 소리가 작아지지만, 음원 (音源) 진동체의 진동수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물체에 닿게 됩니다. 이때 그 물체에 전달되면 그 진동 에너지는 소멸 / 흡수되거나, 만약 맞닿은 물질의 고유주파수(스스로 낼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가 진동체의 진동수와 동일한 경우라면 그 물질이 스스로 소리를 내게 합니다 (공명 resonance). 인간 신체 표면에서도 미세하나마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소리의 양을 물리적인 크기인 소리압 (Sound pressure)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기계가 측정하는 소리압과 인간의 청각 감각적인 음량은 전혀 다르지만, 편의상 인간의 청감과 일치하는 측정단위는 데시벨로 표현됩니다. 보통 대화하는 소리를 50 dB 이라 하면, 콘서트 장의 큰 소리는 100dB 내외로 측정된다는 표현을 쓰지요. 

인간이 음악에 자극되는 이유 

인간도 원소로 이루어진 개체인 만큼, 청각 말고도 소리가 우리 몸에 닿을 때 온 몸에서 흡음하고, 공명하는 것을 느끼며, 소리가 압박하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것은 무시할 정도로 작고, 어떤 현상은 건강에 이롭거나 해로울 수도 있겠지만 귀로 들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청각기관은 이 음파를 뇌로 전달하고, 뇌는 이 음파의 패턴이 가지고 있는 의미 정보를 인식합니다. 그 후 뇌가 이 청각 감각 정보의 좋고 싫음을 선택할 것입니다. 나머지 정보는 온몸에서 감지한, 긍정 또는 부정적인 , 또는 별다른 메시지가 없는 정보로 모호한 느낌으로 들어옵니다.  음파 에너지 크기는 진폭이 크면 크게 , 진폭이 작으면 작게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귀로 연결해서 듣는 것 보다 웅장한 스피커로 들을 때, 큰 콘서트 홀에서 크게 들을 때 더 많이 흥분하며 감동합니다. 음파의 진동 진폭의 클 수록 소리압이 커지므로 소리는 크게 느껴질 뿐 아니라 소리의 물리적인 세기까지 커진다면 실제로 귀와 뇌뿐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듣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즉 , 당신이 지금 들리는 소리의 진동 상태의 변화를 완만하다고 느끼고, 그 음의 높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소리를 이루는 각 음파들은 서로 간에 평화롭고 조화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소리는 뇌가 인식하기에 편안한 것입니다. 이 소리가 있는 환경에 몸을 맡겨도 된다는 공기압력적 정보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정서적인 반응을 촉발하는 진화적 이유

이런 물리적 특성을 가진 음파는 우리에게 “ 음악 ” 으로 변형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함께 듣는 사람들은 거의 동일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의 자극에 불과한 소리가 " 말 " 이라는 좀 더 고도화된 의사소통으로 발전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리에 불과한 음악이 왜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물음에, “ 영향이 있다 ”라는 증거만 있을 뿐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한 설명은 없는 듯합니다. 여러 주장 중에 이것은 진화적인 결과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 설명도 역시 가설이고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증거 정도로 구성한 스토리텔링이지만 많이 납득할 만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화적 논리

그 논리는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자를 이길 수 없었기에 다른 인간과 모여 살면서 각자의 정보력과 완력을 배가시켜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신속 정확한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전달해준 정보가 우리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빨리 파악하기 위해서, 단지 얼굴표정뿐 아니라 전달하는 목소리의 음색과 음조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리고 협동은 계속 지속돼야 하기에 서로 잘 어울려 살아야 했습니다. 집단에 속한 수많은 상대방이 나를 받아들여야 했기에, 그들과의 교감이 중요했습니다. 그들로부터 배척당하는 순간 나는 곧 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니까 말입니다. 이제 그들이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즉 의리, 우정, 더 나아가 사랑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가지고 온 생존 정보뿐 아니라 소속집단에서의 나 자신의 위상의 안전함은 머리로 계산할 일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잡아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정보는 이성적 계산을 위한 대뇌피질까지 가지도 않습니다. 원시 뇌의 핵심인 편도를 거쳐 온몸에 생리적인 변화를 일으켜서 먼저 나를 살리고 봅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다음에 확인할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첫 반응을 " 감정 "이라고 합니다. 이 감정은 온몸에 퍼져 신경계를 통해 우리의 얼굴 표정, 몸의 자세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며 공격 또는 방어자세를 준비하게 합니다.  인간은 이런 수많은 경험 속에서 안락함을 약속하는 신호와,  위협적인 신호를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기쁨과 안전을 알리는 높고도 발랄하며 조화롭고 여유가 있는 소리, 슬픔과 분노, 생존 위협을 의미하는 주파수의 소리, 세기가 불규칙하며 음의 고저가 일정하지 않은, 여유가 없는 소리의 특징을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규칙적인 진동이 일정시간 계속되거나, 진동상태의 변화가 완만하여 음의 높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을 만한 소리였고, 이 기쁨과 안전을 알리는 소리는 음악소리로 발전되었고,  음악은 그저 그 조화롭고 여유 있는 물리적 특징 만으로 어떤 " 말소리 " 를 굳이 싣지 않아도 우리 대뇌피질을 거치지 않고 편도로 직행하여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감정은 생존이냐 위협이냐를 신속하게 깨닫게 해주었으며, 음악은 이렇게 생존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진화의 부산물이었습니다. 게다가 음악은 한 사람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음파가 미치는 공간 속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닿습니다. 모두가 같은 정보를 갖게 되고, 같은 느낌, 같은 에너지 레벨로 동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음악은 그 무리를 같은 감정에 묶어둘 수 있는 도구로써 또한 그 집단의 단결성을 강화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외부의 위협에 대해 함께 힘을 모아 대항할 마음의 연결이 강화되게도 합니다. 

 

에너지를 올려주는 음악, 스마트하게 선택하기 

박자를 맞추는 것은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당연한 것이고, 그 음악을 듣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박자에 동기화됩니다. 한 사람이 먼저 연주를 시작하면 나중에 연주를 시작한 사람은 먼저 박자를 맞추어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원래 박자가 아니라 새로운 박자로 전환하고 싶으면 나머지 연주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리드해야 합니다. 

 

심리상담의 흐름도 위로하는 음악의 원리와 같습니다. 

심리상담을 할 때 상담가는 첫 만남에서 클라이언트의 페이스에 맞춥니다. 클라이언트의 에너지 레벨에 맞춥니다. 클라이언트의 호흡, 말소리의 박자, 음성의 높낮이를 맞추어 박자를 맞춥니다. 라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상담자의 페이스로 클라이언트를 유도합니다. 마치 두 사람의 즉흥 연주곡같은 것이죠. 음악은 전보다 조금 더 그 박자가 빨라지거나, 그 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다시 박자가 느려질 수도, 다시 소리가 작아질 수도 있지 ,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성공적으로 클라이맥스를 지나 멋진 곡을 완성해 냅니다.  클라이언트가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에서 상담가를 찾아갔는데 너무나도 명랑한 나머지 " 힘내라 " 라고 흥분해서 격려한다면 그것이 과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일까요? 클라이언트는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공감받아 혼자 감당했던 마음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나 아닌 다른 대상이 필요한 것입니다. 

 

음악선택 방법

지금 우리는 혼자서 에너지를 올리는 음악을 찾으려 합니다. 기운이 없을 때는 그 낮은 에너지에 맞추어줄 수 있는 낮고 느린 음악으로 그 음악이 내 몸을 감싼다는 느낌으로 듣습니다. 기운을 차려보겠다고 힘찬 행진곡을 찾아 듣는다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제 음악으로 기운 차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한번 보겠습니다. 

 

1. 자기 기분에 맞는 음악을 찾아서 들어봅니다.

되도록이면 가사가 없는 음악으로 하되, 우울한 기분이라면 박자가 느린 음악을 찾으면 좋습니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주로 추천되는 곡의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 Liszt/Hungarian Rhapsody No.2
  • Dvorok/Slave dances Ab major Op.46-3
  • Mozart/Adagio from Violin Concerto No.3 G K.216 
  • Beethoven/Symphony No.5 c minor Op.67  3rd mov. Allegro con brio & 4th mov. Allegro
  • Beethoven/Piano Concerto No.5 Eb major ‘Emperor’

 

2.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조금 더 박자가 빠른 음악을 듣는 것입니다.

드럼 소리가 들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드럼이 주 악기로 된 연주도 좋습니다. 실제로 계속된 드럼 소리가 깔린 음악은 무의식 중에 그 음악에 좀 더 쉽게 몰입된다고 합니다. 클럽에서 드럼과 비트가 들어가지 않은 음악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흥을 돋우려면 드럼 비트가 필수니까요. 특히 리듬이 강하면서 신나는 음악을 10 분 이상 듣게 되면 뇌의 보상처리 시스템이 강하게 활성화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동시에 그 보상을 억제하는 뇌의 부위가 억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적어도 좋아진 기분을 다시 가라앉히는 기능이 약해지는 것이죠. [1]  지금 클럽에 갈 수 없다면 드럼소리가 끝도 없이 나오는 카페에서 지루한 철학 책을 읽어보세요. 보통 때는 졸릴지도 모르지만, 책의 내용과는 달리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흥분될 것입니다. 혈액이 흐르는 리듬과 심장박동이 나도 모르게 드럼소리에 공명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교감신경은 뛰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몸을 준비시키고 있을 테니까요.   위로해 주는 음악은 일반적으로 박자가 느리고 반대로 흥분시키는 음악은 박자가 빠르고 강합니다. 느린 음악은 인간이 이완되어 쉬고 있을 때와 같은 정도의 빠르기와 비슷하고, 빠른 음악은 전속력으로 달렸을 때의 호흡의 속도와 비슷합니다. 호흡 속도는 온몸에 피를 나르고자 하는 속도와 관련이 있으므로 심장도 그만큼 빨리 뜁니다.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마치 빠른 호흡을 하는 듯한 흥분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심장도 빨리 움직일 필요성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강하고 빠른 박자감이 있는 음악을 계속 듣는다면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스스로 동기화됩니다.

Ravel의 Bolero

Bolero by Ravel

 

먼저 이 음악을 한번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주로 이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곡을 선택하라면 Ravel의 Bolero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한 음악치료전문가가 어떤 인터뷰에서 추천한 것을 보고 그때부터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 음악은 그 어떤 음악보다도 극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특히 우울하지만 극복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이 곡은 특징적인 snare drum의 일관적인 리듬이 곡 전체를 받치고 있으면서 잔잔한 긴장감을 늘 깔고 있는데, 마치 처음 상담소에 찾아와 긴장한 클라이언트의 조용한 심장소리를 반영해 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림;It is built over an unchanging ostinato rhythm played on one or more snare drums that remains constant throughout the piece of ab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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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깔리는 멜로디는 조용히 어루만지는 듯한 플루트로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합니다. 같은 주제를 계속 달리면서 소리는 점점 강해집니다. 그렇지만 다시 같은 멜로디로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힘을 내라고 마구 끌어당기지는 않습니다.  드럼소리는 조금씩 커지면서 멜로디를 받쳐주지만 일관된 리듬패턴으로 음악이 원래 처음의 나 자신의 긴장감이나 에너지 레벨에 여전히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려줍니다. 음악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며 끝납니다. 음악은 흥분된 상태로 끝납니다. 청중은 그 에너지에 완전히 당해버리고, 폭발한 에너지에 산산이 부서진 잔해를 정리해야 합니다. 지휘자는 청중들이 그 잔해를 정리할 몇 초간의 기회를 줍니다. 음악이 끝난 순간의 몇 초간 청중은 그 에너지가 온몸에 충전되도록 안정화시켜 그 잔해를 정리합니다. 그래서 바로 박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겠지요. 지금 홀로 청중이 되어 이 음악을 듣고 그다음 단계를 생각해 보는 몇 분을 가져보세요. 적어도 지금의 에너지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1] Frontiers in Nueroscience. March 2017, 11, Article 153


11. 스마트한 음악 선택으로 우울한 마음을 부스팅하기

12. 적극적 진동으로 밝은 에너지 충전하기

13. 주위의 좋은 에너지를 찾아가기

14. 지구의 진동

15. 세상의 진동이 우리 몸에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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